2026년 3월, 법인세 신고를 앞둔 제조업 법인 대표가 세무대리인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창업 초기 몇 해는 적자였고 장부에는 그 적자가 그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이익이 제법 났으니 쌓아 둔 적자를 빼면 세금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초기 두 해 분은 빼실 수 없습니다"였습니다. 그 두 해는 매출이 거의 없어 신고를 하지 않고 넘어간 해였습니다. 장부에 적혀 있는 적자와 세법이 빼 주는 결손금은 같은 금액이 아니었습니다.
장부의 적자가 그대로 공제되지는 않습니다
지난 해의 적자를 올해 이익에서 빼는 것을 이월결손금 공제라고 합니다. 근거는 법인세법 제13조입니다. 조문 제목은 '과세표준'이고,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서 차례로 빼는 것들을 정해 둔 조문입니다. 그 첫 번째가 이월결손금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적자가 남아 있으면 쓸 수 있다"고 이해하십니다. 조문은 그렇게 적혀 있지 않습니다. 제13조 제1항 제1호는 요건을 두 개의 목으로 나누어 적어 두었고,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금액만 공제 대상이 됩니다.
1. 제14조제3항의 이월결손금 중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갖춘 금액
가. 각 사업연도의 개시일 전 15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결손금일 것
나. 제60조에 따라 신고하거나 제66조에 따라 결정·경정되거나 「국세기본법」 제45조에 따라 수정신고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일 것
— 법인세법 제13조, 조문 말미 개정 표기 <개정 2020.12.22, 2022.12.31>
가목은 시간을 정합니다. 나목은 그 해에 서류가 있었는가를 정합니다. 앞의 사례에서 걸린 것은 가목이 아니라 나목이었습니다. 기간은 넉넉히 남아 있었지만, 신고를 하지 않은 해의 적자는 처음부터 공제 대상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자주 보는 오해 세 가지
| 층위 | 흔히 하시는 생각 | 조문이 정한 것 |
|---|---|---|
| 제도의 구조 | 장부에 적자가 남아 있으면 쓸 수 있다 | 요건이 가목·나목 둘이고, 둘 다 갖춘 금액만 대상이 된다 |
| 판정의 기준점 | 15년은 적자가 난 해부터 센다 | 공제받는 사업연도의 개시일에서 거꾸로 15년을 센다 |
| 계산의 순서 | 나중에 이익이 나면 그때 챙기면 된다 | 공제받을 자격은 적자가 난 그 해에 이미 정해졌다 |
15년은 뒤로 세는 창입니다
가목의 문장을 천천히 읽으면 기준점이 어디인지 드러납니다. "각 사업연도의 개시일 전 15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결손금"입니다. 여기서 '각 사업연도'는 지금 세금을 계산하는 그 사업연도입니다. 그 해의 개시일에 서서 뒤를 돌아보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창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해마다 한 칸씩 밀립니다. 작년에는 들어와 있던 가장 오래된 결손금이 올해는 창 밖으로 떨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 같은 회사가 가진 결손금이라도 생긴 해가 다르면 남은 햇수가 서로 다르고, 오래된 것부터 차례로 사라집니다. "우리 회사 결손금은 몇 년 남았나"라는 질문에 하나의 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조문에 적힌 기간은 15년입니다. 이 숫자는 처음부터 15년이었던 것이 아니라 2020년 12월 22일 개정으로 10년에서 늘어난 것입니다. 법제처에 실린 그 개정의 이유는 "기업의 세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이월결손금에 대한 공제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확대"이고, 바뀐 조항으로 제13조 제1항 제1호 가목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15년과 10년이 갈리는 연도 경계를 적지 않습니다. 개정 전에 생긴 결손금에 몇 년이 적용되는지는 부칙의 적용례가 따로 정하는데, 검색으로 나오는 설명이 "2020년에 발생한 분부터"와 "2021년 이후 신고하는 분부터"로 갈려 있고 이번 조사에서 부칙 원문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숫자가 엇갈리는 상태로 적으면 틀린 쪽을 고를 위험이 있습니다. 오래된 결손금이 섞여 있는 회사라면 그 결손금이 생긴 해에 적용되던 기간을 부칙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신고하지 않은 적자는 줄에 서지 못합니다
나목이 이 제도에서 가장 쉽게 놓치는 자리입니다. 조문은 공제 대상을 신고하거나, 결정·경정되거나, 수정신고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으로 한정합니다. 세 가지 모두 '그 해에 세무상 기록이 남았는가'를 묻습니다.
적자가 난 해에는 낼 세금이 없으니 신고를 건너뛰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해에 신고서가 없으면 그 적자는 과세표준에 포함된 적이 없고, 15년이 한참 남아 있어도 뺄 수 있는 금액이 되지 못합니다. 장부상 누적 적자와 세법상 이월결손금이 갈라지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두 금액이 왜 다른지는 채무면제이익과 결손금 보전을 다룬 글에서 한 번 더 자세히 짚었습니다.
이 구조는 서식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별지 제50호서식(갑) 자본금과 적립금 조정명세서의 결손금 계산서에는 잔액 칸이 하나가 아니라 '기한 내'와 '기한 경과'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결손금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서식 위에서 이미 다른 칸입니다.
신고 전에 밟는 순서
- 결손금을 발생 사업연도별로 가릅니다. 합계 한 줄이 아니라 연도별로 나눈 표가 있어야 합니다.
- 연도마다 그 해의 신고 여부를 확인합니다. 신고서, 결정·경정 통지, 수정신고서 중 하나가 있어야 합니다.
- 올해 사업연도 개시일에서 거꾸로 세어 각 연도가 창 안에 들어오는지 확인합니다.
- 오래된 연도가 섞여 있으면 그 해에 적용되던 기간을 부칙까지 확인합니다.
- 남은 금액에 공제 한도를 적용합니다. 한도와 공제 순서는 이월결손금이 남아 있어도 법인세가 나오는 구조를 다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준비물은 많지 않습니다. 과거 사업연도의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액신고서와 자본금과 적립금 조정명세서(갑), 그리고 신고를 하지 않은 해가 있다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적자가 난 해에 신고서를 낼지, 기장을 어디까지 맡길지는 회사가 정하는 경영상의 결정입니다. 반면 그 결손금이 제13조 제1항 제1호의 두 요건을 갖췄는지, 올해 과세표준에서 얼마를 뺄 수 있는지를 판단해 세무조정과 신고서에 반영하는 일은 담당 세무대리인의 업무입니다. 둘은 같은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결과를 가르는 변수 다섯
| 변수 | 누가 정하는가 | 지금 바꿀 수 있는가 |
|---|---|---|
| ① 결손금이 생긴 사업연도 | 그해의 실적 | 못 바꿉니다 |
| ② 그 결손금에 적용되는 기간 | 법률과 부칙 | 못 바꿉니다 |
| ③ 적자가 난 해에 신고를 했는가 | 그때의 회사 | 지금은 못 바꿉니다. 그때는 바꿀 수 있었습니다 |
| ④ 올해 적용되는 공제 한도 | 법률 | 못 바꿉니다 |
| ⑤ 신고 전에 결손금을 연도별로 갈라 남은 햇수를 세어 두었는가 | 회사 | 바꿀 수 있습니다 — 하나뿐입니다 |
③은 지금 손댈 수 없지만, 올해 적자가 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올해의 ③은 아직 선택지입니다. 이익이 나지 않는 해에도 신고서를 내 두는 일이 몇 해 뒤에 값을 하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해당하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인 경우
- 적자가 난 해에 신고도, 결정·경정도, 수정신고도 없었다면 기간이 남아 있어도 공제 대상이 아닙니다. 두 요건 중 하나만 통과한 상태입니다.
- 두 요건을 모두 통과해도 공제 한도가 따로 걸립니다. 한도까지 보아야 실제로 빠지는 금액이 나옵니다.
- 오래 전에 생긴 결손금은 지금의 15년이 아니라 그 해에 적용되던 기간으로 판단해야 할 수 있습니다.
- 결손금을 과거의 세금에서 돌려받는 길은 이 조문이 아닌 다른 제도입니다. 요건과 기한이 따로 있습니다.
- 합병이나 분할로 넘어온 결손금은 별도의 조문이 승계와 사용 범위를 정합니다. 이 글의 구조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 결손금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유리한 상태는 아닙니다. 쓸 수 있는 결손금이 얼마인지를 아는 것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 15년과 10년이 갈리는 연도 경계 — 부칙 적용례 원문을 확보하지 못했고 2차 자료가 갈립니다
· 공제 한도 비율과 공제 순서 — 2026년 9월 17일 글에 있습니다
· 추계로 결정된 경우의 공제 배제와 그 단서
· 결손금 소급공제의 요건과 기한
· 합병·분할로 승계되는 결손금의 범위
판단 기준 세 가지
- 적자가 얼마 남았는가가 아니라 그것이 어느 사업연도에 생긴 것인가
- 15년이 지났는가가 아니라 올해 개시일에서 거꾸로 세어 그 해가 창 안에 들어오는가
- 장부에 적혀 있는가가 아니라 그 해의 신고서에 결손금으로 들어가 있는가
이월결손금의 공제 기간은 "지금 몇 년째인가"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 결손금이 어느 해에 생겼고, 그 해에 서류가 남았는가로 정해집니다. 하나는 시간이 닫고 하나는 과거의 선택이 엽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올해 생기는 결손금에 대해서는 두 번째 문이 아직 열려 있습니다.
2026년 10월 현재 시행 중인 세법을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이후 개정될 수 있습니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개별 사안은 담당 세무대리인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근거 조문은 법인세법 제13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