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소득세는 퇴직금에 세율을 곱해서 나오지 않습니다

2006년에 법인을 세워 스무 해를 대표이사로 일한 분이 있습니다. 내년에 물러나기로 하고 퇴직금 3억 원을 잡았습니다. 세금이 궁금해서 종합소득세율 표를 꺼내 3억 원 자리를 찾아 곱해 봤더니 1억 원이 넘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대표는 퇴직금의 3분의 1이 세금으로 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4년 전에 영입한 임원도 같은 시기에 물러납니다. 계약 조건에 따라 퇴직금은 똑같이 3억 원입니다. 대표는 두 사람이 같은 금액을 받으니 세금도 비슷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결산이 끝나고 받아 본 원천징수영수증에서 두 사람의 세액은 몇 배 차이가 났습니다. 금액은 같은데 세금이 다릅니다. 이유는 회사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퇴직소득세의 계산 구조 자체가 근속연수에 따라 세액을 갈라 놓기 때문입니다.

퇴직금에 세율을 곱하면 세금이 나오지 않습니다

퇴직소득세는 다른 소득세와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은 한 해에 번 금액에 세율을 곱합니다. 그런데 퇴직금은 여러 해 동안 쌓인 돈이 한 해에 한꺼번에 나옵니다. 그것을 한 해의 소득으로 보고 누진세율을 그대로 곱하면,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불리해집니다.

그래서 세법은 퇴직금을 일단 근속연수로 나눠 한 해치로 만든 다음 세율을 매기고, 마지막에 근속연수를 도로 곱해 되돌리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나누고 곱하는 이 두 번의 조작이 계산 전체를 지배합니다.

대표들이 자주 하는 세 가지 오해

오해 1 — 퇴직금에 세율을 곱하면 된다. 곱하기 전에 두 번의 공제와 한 번의 나눗셈이 들어갑니다. 세율이 곱해지는 금액은 퇴직금이 아니라 그 과정을 다 지난 뒤에 남은 금액입니다.

오해 2 — 퇴직소득세는 그해 급여와 합쳐서 계산된다. 퇴직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따로 계산되는 소득입니다. 그래서 퇴직하는 해에 급여를 얼마 받았는지는 퇴직소득세 자체를 늘리지 않습니다.

오해 3 — 정관을 고치면 세금도 달라진다. 정관은 회사가 얼마를 줄 것인가를 정합니다. 그 금액에 세금이 어떻게 붙는가는 세법이 정하고, 회사의 의사결정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정관으로 열리는 문과 열리지 않는 문이 갈리는 지점은 정관 조항이라고 해서 전부 등기부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같은 결로 읽으면 이해가 빠릅니다.

계산은 일곱 칸을 지납니다

국세청 퇴직소득세 정산 서식이 칸을 놓은 순서가 곧 계산 순서입니다.

순서 칸 이름 하는 일
1 퇴직소득금액 과세 대상이 되는 퇴직급여를 확정합니다
2 근속연수공제 근속연수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뺍니다
3 환산급여 (1번 − 2번) ÷ 근속연수 × 12
4 환산급여공제 환산급여 구간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뺍니다
5 퇴직소득 과세표준 3번 − 4번
6 환산산출세액 5번에 종합소득 기본세율을 적용합니다
7 산출세액 6번 ÷ 12 × 근속연수

3번에서 12를 곱하고 7번에서 12로 나눕니다. 3번에서 근속연수로 나누고 7번에서 근속연수를 곱합니다. 두 번의 조작이 서로를 되돌리는 모양인데, 그 사이에 공제와 누진세율이 끼어 있어서 완전히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세액이 갈리는 자리가 바로 여기입니다.

첫 번째 장치 — 근속연수공제

오래 일할수록 빼 주는 금액이 커지고, 뒤로 갈수록 한 해당 공제액도 커집니다.

근속연수 공제액
5년 이하 100만원 × 근속연수
5년 초과 10년 이하 500만원 + 200만원 × (근속연수 − 5)
10년 초과 20년 이하 1,500만원 + 250만원 × (근속연수 − 10)
20년 초과 4,000만원 + 300만원 × (근속연수 − 20)

근속 20년이면 4,000만원, 근속 4년이면 400만원입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3,600만원의 차이가 납니다. 다만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두 번째 장치 — 12로 나누고, 마지막에 12로 되돌립니다

근속연수공제를 뺀 금액을 근속연수로 나누면 한 해치 퇴직급여가 나옵니다. 여기에 12를 곱해 만든 금액이 환산급여입니다.

같은 3억 원이라도 20년으로 나누면 한 해치가 작아지고, 4년으로 나누면 한 해치가 커집니다. 근속연수가 짧을수록 환산급여가 크게 부풀고, 부풀어 오른 금액은 더 높은 세율 구간에 들어갑니다. 마지막 7번 칸에서 근속연수를 도로 곱해 되돌리기는 하지만, 그사이에 누진세율이 한 번 작동한 뒤라 앞에서 벌어진 차이가 그대로 되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세 번째 장치 — 환산급여공제

환산급여 공제액
800만원 이하 환산급여 전액
800만원 초과 7,000만원 이하 800만원 + 초과분의 60%
7,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 4,520만원 + 초과분의 55%
1억원 초과 3억원 이하 6,170만원 + 초과분의 45%
3억원 초과 1억 5,170만원 + 초과분의 35%

공제율이 60%에서 35%로 내려갑니다. 환산급여가 커질수록 빼 주는 비율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근속연수가 짧아 환산급여가 부푼 쪽은 여기서 한 번 더 불리해집니다.

같은 3억원을 넣어 본 결과

앞의 두 사람에게 위 표를 그대로 적용하면 이렇게 됩니다.

단계 근속 20년 근속 4년
퇴직소득금액 3억원 3억원
근속연수공제 4,000만원 400만원
환산급여 1억 5,600만원 8억 8,800만원
환산급여공제 8,690만원 3억 5,750만원
과세표준 6,910만원 5억 3,050만원
마지막 되돌림 ÷ 12 × 20 ÷ 12 × 4

세율을 곱하기 직전의 금액이 6,910만원과 5억 3,050만원으로 갈립니다. 약 7.7배입니다. 여기에 누진세율이 붙으면 격차는 7.7배보다 더 벌어지고, 마지막 되돌림에서 근속 20년 쪽이 더 큰 수를 곱하면서 일부가 좁혀집니다. 두 힘이 부딪힌 결과가 원천징수영수증의 숫자입니다.

대표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정확한 세액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같은 금액이라면 근속연수가 긴 쪽이 유리하고, 그 유리함은 근속연수공제와 환산급여 나눗셈 두 곳에서 동시에 발생합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확인하는 순서

순서 확인할 것 필요한 자료
1 취임일과 퇴직 예정일 → 근속 기간 법인등기부등본, 주주총회 의사록
2 중간정산을 받은 적이 있는가 과거 퇴직소득 원천징수영수증
3 지급하려는 금액과 그 근거 정관, 임원 퇴직급여 지급규정
4 그중 퇴직소득으로 인정되는 부분 최근 3년 급여 내역
5 4번 금액으로 위 일곱 칸을 채운다 국세청 퇴직소득 세액계산 서식

4번이 3번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정관에 적어 둔 금액이 그대로 퇴직소득이 되는 것은 아니고, 회사 쪽 손금 한도와 개인 쪽 퇴직소득 한도가 각각 따로 걸립니다. 임원의 급여와 상여금, 퇴직금이 서로 다른 근거를 요구한다는 점을 먼저 정리해 두면 3번과 4번의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관을 고치는 일과 퇴직 시점을 정하는 일은 법인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입니다. 반면 그 금액 가운데 얼마가 퇴직소득으로 인정되는지, 근속연수공제와 환산급여공제를 어떻게 적용해 원천징수세액을 계산할지를 판단해 신고에 반영하는 일은 담당 세무대리인의 업무입니다.

해당하지 않는 경우, 오히려 불리한 경우

경우 어떻게 되는가
퇴직소득 한도를 넘은 금액 근로소득으로 넘어가므로 이 일곱 칸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근속연수공제도 환산급여공제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근속연수가 짧은 임원 같은 금액에 더 많은 세금이 붙습니다. 퇴직금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 구조가 바뀌지 않습니다
중간정산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근속연수를 어디서부터 셀지가 달라집니다. 정산 특례가 따로 있어 단순히 취임일부터 세지 않습니다
세액을 줄이려고 퇴직을 미루는 경우 근속연수가 늘면 퇴직금 자체도 늘어납니다. 세액과 지급액이 같이 움직이므로 한쪽만 보고 시점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재원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 세액 계산과 무관한 문제입니다. 지급 시점에 현금이 없으면 계산 결과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 글에 적지 않은 것 · 종합소득 기본세율표의 구간과 세율 — 2026년 기준을 두 곳 이상에서 같은 값으로 확인하지 못해 뺐습니다
· 근속연수를 셀 때 1년 미만 기간의 처리 — 출처가 한 곳뿐이라 뺐습니다
· 2012년 이전 근무기간에 대한 정산 특례의 계산 방법
· 퇴직급여를 개인형퇴직연금으로 옮겼을 때의 과세이연 — 이 글의 범위 밖입니다
· 지방소득세 — 위 계산은 소득세만 다룹니다

정리 — 판단 기준 세 가지

첫째, 지금 보고 있는 숫자가 퇴직금인가 과세표준인가. 세율이 곱해지는 금액은 퇴직금이 아닙니다. 두 번의 공제와 한 번의 나눗셈을 지난 뒤의 금액입니다.

둘째, 근속연수가 몇 년인가. 이 숫자 하나가 근속연수공제와 환산급여 두 곳에서 동시에 작동합니다. 퇴직금 액수보다 세액에 더 크게 관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셋째, 그 금액이 퇴직소득으로 인정되는 범위 안에 있는가. 한도를 넘은 금액은 이 계산 구조를 타지 않고 근로소득으로 넘어갑니다. 한도를 먼저 확인하고 세액을 계산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퇴직금을 얼마로 할지는 회사가 정합니다. 그 금액에 세금이 어떻게 붙을지는 세법이 정해 둔 일곱 칸이 정합니다. 두 가지를 같은 자리에서 결정하려고 하면 계산이 어긋납니다.

참고한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소득세법 시행규칙 별지 제40호의2서식(퇴직소득세액 정산계산서) · 소득세법 제22조(퇴직소득) 조문정보 · 법인세법 시행령 제44조(퇴직급여의 손금불산입) 조문정보

2026년 9월 현재 시행 중인 세법 기준이며, 이후 개정될 수 있습니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개별 사안은 담당 세무대리인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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