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에 올라가는 정관 조항은 일부뿐입니다

신규 사업을 준비하던 대표가 법무사에게 정관 변경을 맡겼다. 사업목적 세 개를 추가하는 안건이었다. 주주총회를 열었고, 2주쯤 지나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니 목적란이 실제로 늘어나 있었다. 서류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같은 날 같은 주주총회에서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도 함께 손봤다. 이듬해 결산에서 세무대리인이 그 규정의 근거를 물었다. 대표는 등기부등본을 내밀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등기부에는 그 내용이 없습니다.”

다시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목적란은 세 줄이 늘어나 있는데, 퇴직금 이야기는 등기부 어디에도 없었다. 같은 날 같은 결의로 고친 두 가지인데 하나는 등기부에 남았고 하나는 남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은 정관의 요약본이 아니다

대표들이 정관 변경에서 가장 자주 겹쳐 갖는 오해가 셋 있다.

첫째, 등기부등본을 정관의 축약판으로 여기는 것. 등기부는 정관을 옮겨 적은 문서가 아니다. 상법이 따로 정해 둔 항목만 올라간다. 목록에 없는 조항은 아무리 중요해도 등기부에 흔적이 남지 않는다.

둘째, 등기가 되어야 정관이 바뀐 것이라는 생각. 등기는 회사 바깥의 제3자를 향한 장치다. 상법 제37조 제1항은 “등기할 사항은 이를 등기하지 아니하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했고, 제2항은 “등기한 후라도 제3자가 정당한 사유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제1항과 같다”고 덧붙였다. 두 항 모두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가를 다루는 문언이다.

셋째, 등기부에 없으면 세무에서도 근거가 없다는 생각. 이게 실무에서 가장 비싸게 치이는 오해다. 세법이 확인하는 서류는 등기부등본이 아니라 정관 원본과 주주총회 의사록이다. 등기소가 챙겨 주는 항목과 세무서가 들여다보는 항목은 애초에 겹치는 범위가 좁다.

등기부에 올라가는 목록은 이것뿐이다

주식회사 등기부에 실리는 항목은 상법 제317조 제2항이 한정적으로 열거해 두었다. 정관을 고쳤을 때 변경등기가 따라오는지 아닌지는 결국 이 목록에 그 항목이 있느냐로 갈린다.

등기사항 (상법 제317조 제2항)
1호 제289조제1항 제1호 내지 제4호, 제6호와 제7호에 게기한 사항
2호 자본금의 액
3호 발행주식의 총수, 그 종류와 각종주식의 내용과 수
3의2 · 3의3 주식 양도에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정한 때 그 규정 /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도록 정한 때 그 규정
3의4 지점의 소재지
4호 · 6호 · 7호 존립기간 또는 해산사유를 정한 때 / 배당할 이익으로 주식을 소각할 것을 정한 때 그 규정 / 전환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제347조에 게기한 사항 (5호는 2011.4.14. 삭제)
8호 · 9호 사내이사, 사외이사, 그 밖에 상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이사, 감사 및 집행임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 회사를 대표할 이사 또는 집행임원의 성명·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10호~12호 공동대표를 정한 경우 그 규정 / 명의개서대리인을 둔 때 그 상호 및 본점소재지 /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때 위원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

여기서 눈여겨볼 자리는 1호다. 정관에 꼭 적어야 하는 절대적 기재사항은 상법 제289조 제1항에 여덟 가지가 있는데, 등기 목록은 그중 1호부터 4호까지와 6호, 7호만 데려온다. 5호와 8호는 데려오지 않는다.

정관 절대적 기재사항 (상법 제289조 제1항) 등기부
1. 목적 올라간다
2. 상호 올라간다
3.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 올라간다
4. 액면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1주의 금액 올라간다
5. 회사의 설립 시에 발행하는 주식의 총수 올라가지 않는다
6. 본점의 소재지 올라간다
7. 회사가 공고를 하는 방법 올라간다
8. 발기인의 성명·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올라가지 않는다

정관에 적어야 하는 여덟 가지 중에서도 둘은 등기부에 없다. 하물며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처럼 적을 수도 있고 안 적을 수도 있는 조항은 제317조 제2항 목록 어디에도 자리가 없다. 임원에게 나가는 급여와 상여금과 퇴직금이 각각 다른 근거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서 시작한다. 근거가 놓이는 자리가 등기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줄로 정리하면 등기부는 회사 밖을 향한 공시 장부이고, 정관 원본과 의사록은 회사 안의 결정을 증명하는 서류다. 세무에서 근거로 요구받는 쪽은 대개 뒤쪽이다.

“본점 2주, 지점 3주”는 지금 기준이 아니다

변경등기 기한을 검색하면 “본점 소재지에서 2주, 지점 소재지에서 3주”라는 안내가 지금도 상위에 여럿 걸린다. 그런데 회사 지점 등기부 제도는 2024년 9월 20일 개정으로 폐지되어 2025년 1월 31일부터 시행됐다.

조문에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점 소재지에서의 등기를 정하던 상법 제317조 제3항은 “삭제 <2024. 9. 20.>”으로 비어 있고, 제317조 제4항이 준용하는 제183조는 현행 문언이 이렇다. “제180조 각 호의 사항이 변경되었을 때에는 본점의 소재지에서 2주일 내에 변경등기를 하여야 한다.” 지점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항목 널리 도는 설명 현행 조문
등기하는 곳 본점 관할 + 지점 관할 각각 본점의 소재지
기한 본점 2주 / 지점 3주 2주일 내 (제183조)
지점 소재지 지점 등기부에 별도 등기 지점 등기부는 없어졌으나, 지점의 소재지 자체는 본점 등기부의 등기사항으로 남아 있다 (제317조 제2항 3의4호)

지점 등기부가 없어진 것과 지점을 등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지점을 새로 열면 본점 등기부에 그 소재지가 들어간다. 없어진 것은 지점 관할 등기소에 따로 장부를 두던 구조다.

순서와 그때 남는 서류

정관을 고치는 결정은 주주총회의 몫이다. 의결정족수는 상법 제434조가 정한다.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다. 두 요건을 함께 넘겨야 한다.

단계 하는 일 남는 서류
1 주주총회 소집을 결정한다 이사회 의사록 또는 그에 갈음하는 서류
2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특별결의한다 주주총회 의사록
3 고친 내용을 반영한 정관을 보관한다 정관 원본
4 결의 내용에 등기사항이 있으면 의사록 인증을 받는다 인증받은 의사록
5 본점 소재지에서 2주일 내에 변경등기를 신청한다 변경된 등기부등본

4단계의 갈림길이 실무에서 비용을 가른다. 결의 내용에 등기사항이 하나도 없으면 의사록 인증 절차로 갈 일이 없고, 등기 신청도 없다. 그 경우 회사에 남는 것은 정관 원본과 의사록 두 가지뿐이다. 그리고 세무에서 확인하는 서류가 정확히 그 둘이다.

여기서 역할을 갈라 둘 필요가 있다. 정관을 고치고 등기를 마치는 일은 법인 내부의 의사결정과 상업등기 절차다. 반면 그 정관과 규정에 따라 지급한 금액이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는지를 판단하고 세무조정과 법인세 신고에 반영하는 일은 담당 세무대리인의 업무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경우, 서둘러도 소용없는 경우

등기할 항목이 없으면 2주 기한도 없다. 앞의 목록에 없는 조항만 고쳤다면 등기소에 올릴 항목 자체가 없다. 기한을 넘겼다는 상태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과태료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등기를 서두르느라 비용을 쓸 자리가 아니다.

반대로 등기사항을 고쳤다면 기한이 붙는다. 상법 제635조 제1항은 등기를 게을리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실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금액보다 누가 내는가다. 이 과태료는 회사가 아니라 등기 의무를 지고 있던 대표이사 등 개인에게 부과된다. 구체적인 금액은 사안과 지연 기간에 따라 재판부가 정하므로 미리 특정하기 어렵다.

사업목적을 넓게 적어 두는 것만으로 세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목적란은 등기사항이라 눈에 잘 띄고 법무사가 챙겨 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만 목적란이 길어진다고 해서 그 자체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가 아니다. 새 사업을 시작할 때 목적을 정비해 두는 실익은 인허가와 거래 상대방 확인 쪽에서 더 크다.

가장 아픈 자리는 소급이다. 정관이나 규정을 지금 고쳐도, 이미 지급이 끝난 금액이 그 규정을 소급해 갖게 되지는 않는다. 규정이 없던 기간에 나간 돈을 나중에 만든 규정으로 덮을 수 없다는 뜻이다. 순서가 뒤집힌 지급은 뒤늦은 정관 변경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가지급금이 원금 그대로인데도 갚을 때까지 매 사업연도마다 다시 계산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제약이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금액이 아니라 시점이다.

이 글에 적지 않은 것 · 과태료의 실제 금액대 — 자료마다 수치가 갈리고 재판부 재량 사항이라 적지 않았다
· 정관 변경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 — 결의 시점이라는 설명을 확인했으나 교차할 출처가 모자라 적지 않았다. 대신 상법 제37조 문언만 인용했다
· 사업목적 기재와 세법상 감면 업종 판정의 관계 — 실제로 영위한 사업을 기준으로 본다는 자료를 찾았으나 한 곳뿐이라 본문에서 뺐다
· 소규모 회사의 의사록 인증 면제 요건 — 자본금 기준 금액을 조문으로 확정하지 못해 적지 않았다

정리 — 세 가지 판단 기준

정관을 손볼 일이 생겼을 때, 질문을 이렇게 바꿔 보면 판단이 빨라진다.

흔히 묻는 방식 바꿔 물을 방식
등기가 되었는가 그 조항이 상법 제317조 제2항 목록에 있는 항목인가
등기부등본에 나오는가 정관 원본과 주주총회 의사록에 남아 있는가
지금 고쳤는가 지급보다 먼저 고쳤는가

맨 앞의 대표가 겪은 일은 서류를 빠뜨린 사건이 아니었다. 사업목적 변경도, 퇴직금 지급규정 변경도 같은 날 정상적으로 결의됐다. 갈린 것은 그 결의가 어디에 기록으로 남았는가였다. 하나는 등기부에 남아 눈에 보였고, 하나는 정관과 의사록에만 남아 등기부를 아무리 봐도 나오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은 회사의 모든 것을 담은 문서가 아니다. 담은 항목이 정해져 있는 문서다. 회사 안에서 결정한 내용 중 상당수는 등기부가 아니라 정관 원본과 의사록에서 확인된다. 그리고 세무에서 근거로 요구받는 자리는 대개 후자다.

근거 조문

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 제317조 (설립의 등기) — 등기사항 목록과 제3항 삭제 →
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 제183조 (변경등기) — 본점의 소재지에서 2주일 내 →
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 제434조 (정관변경의 특별결의) — 의결정족수 →

2026년 9월 현재 시행 중인 세법과 상법을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이후 개정될 수 있습니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개별 사안은 담당 세무대리인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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